더아프로 포커스

2024 기후위기와 공연예술의 대화 ① 좌담회 2024-09-20

아트코리아랩(Arts Korea Lab)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10월 새롭게 개관한 예술가와 예술기업을 위한 종합지원 플랫폼이다. 광화문에 위치한 공간과 시설을 통한 물리적 지원 외에도 융합을 통한 창제작 영역과 예술의 산업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여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위한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개척하고자 한다.

예술의 새로운 영역 확장 탐색의 일환으로, 지난 2023년부터 아트코리아랩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공연예술분야 기후위기 대응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는 “공연예술이 동시대 기후위기에 대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공연예술 현장을 대상으로 한 789건의 설문조사 응답과 39건의 서울 및 지역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현황을 진단하였다. 연구팀은 창제작자, 기획자, 제작자, 비평가, 지원기관 등을 포함한 코디자인(co-design) 워크숍과 조사의 결과에 기반하여 예술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은 7가지의 정책 과제를 제안하였다.(그 중 4개의 정책 과제를 좌담회와 포럼에서 공유하였다.)

지난 8월 1일과 2일 양일간 걸쳐 본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공연예술계의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소통을 촉진하기 위하여 좌담회와 포럼을 진행하였다. 8월 1일에 진행한 좌담회는 공공과 민간 공연예술 기관의 대표자들과 함께 기관의 현 상황을 조망하고, 지속가능한 기관으로의 전환에 대해 논의하였다. 포럼은 이튿날 진행되었으며, 50여명의 공연예술 관계자들과 함께 기후위기의 담론을 공유하였다. 더아프로에서는 본 칼럼을 통해 좌담회와 포럼 내 토론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➁ 포럼 주제토론 : 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을 위해 읽어보기


 

기후대응 기관으로의 변화 그리고 연대

 
 


진행 : 김황 (울산과학기술원 부교수)

참석자 :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예술감독)
이수령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 본부장)
김민지 (마인드스페이스 이사)
이경호 (울산과학기술원 조교수)

촬영 : 이승호 (울산과학기술원 조교수)


 

김황
본 좌담회는 탄소중립에 있어 공연예술계의 현 상태와 한계를 자유롭게 토의하고 각 기관이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의 타진과 이후 지속적인 협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먼저 이경호 교수님이 연구 전반적인 내용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이경호 
공연예술계가 그동안 기후위기에 대하여 선도적으로 대응을 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공연예술계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공연의 연출, 극장과 시설의 개선, 제작 방식의 개선뿐만 아니라 연구적 측면의 대응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쥴리스 바이시클(Julie's Bicycle)』 이나 『시어터 그린북(Theatre Green Book)』, 그리고 국내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제작을 위한 안내서』 등의 진취적인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노력을 증명합니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공연예술계는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남아 있습니다. 아직 넘어서야 할 여러 한계가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공연예술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의 한계는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행정적 한계, 두 번째는 학술적 한계, 세 번째는 접근 방식의 한계입니다.

지속가능성 관련 국내 예술 행정의 한계는 프로젝트와 종합 계획들이 일방적이고 하향식으로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지속가능성 실천 지침의 경우,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오히려 상향식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상향식 정책의 수립은 공연예술계 전반에서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여러 의견을 반영합니다. 두 번째로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론적 연구보다는 실증적이고 실천적인 연구들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공연예술 생태계의 특수성을 충실히 반영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공연예술계가 지속 가능한 형태의 공연 창/제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미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실천으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세부 과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공연예술계가 변화하면 관객의 인식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과 관점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연구진은 본 연구를 통해 선도국의 사례 벤치마킹을 한국식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 한국의 공연예술 분야의 특수성과 구체성, 현장성을 반영한 “현장 밀착형 과제와 로드맵”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일방통행식 정책의 수립이나 소통이 아닌,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 전반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어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미래 과제들을 도출하고자 했습니다. 좋은 사례가 있다면 발굴하여 지원하고, 지원사례들은 더 많이 회자되고, 그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더 미래적인 과제를 추진하는 선순환적 관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의 방법으로는, 인간 중심 디자인 방법론(Human Centered Design Methods)을 활용하였습니다. 설문조사, 인터뷰, 코디자인(Co-design) 워크숍을 통하여 현장의 필요나 바람을 수렴하였으며, 대안을 찾아내고 그 대안이 실사용자들에게 잘 소구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는 방식으로 연구를 설계하였습니다. 연구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의 경우 수도권, 전라권, 경상권을 포괄하여 지역적 편향을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직업의 경우 군집 표집법(cluster sampling)에 따라 인재 육성, 관객 유치와 비평, 공연의 물리적 제작, 정책적, 행정적 지원을 해주시는 분들을 중점으로 섭외하였습니다. 서울, 광주, 나주 등 다양한 지역의 정책, 행정, 기획, 유통, 홍보, 창작, 기술, 제작, 자원 순환 등에 종사하고 계시는 39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에서는 72분을 모시고 공연예술계가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 어떤 것들이 부족한지, 미래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창발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더불어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024년 2월 29부터 시작한 본 조사는 7월 11일 기준으로 682분(7월 30일 기준으로 789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응답을 주셨습니다. 정량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통계 분석을 거쳐 시사점을 발굴하였습니다. 연구 결과를 통해 구체적인 갈등 지점은 어디인지, 어떠한 현실적 장애물 때문에 실천으로 이행되지 못하는지 파악하고, 다음과 같은 정책 패키지를 제안 드립니다.

공연예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정책 패키지는 [➀실천 사례를 발굴하는 아트코리아랩 워킹그룹]입니다. 한국에는 공연 기획부터 제작까지 일관성 있게 탄소 배출을 관리할 전문가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공연예술 탄소 중립 워킹 그룹을 운영하여 실천을 촉진하고, 한국 공연예술에 맞는 적용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공연예술 기후위기 대응 전문가 육성과 실천 사례의 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➁실천 사례 공유 문화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플랫폼은 공연예술 전반의 탄소 중립 관련 우수 실천 사례를 공유합니다. 플랫폼은 창제작자는 물론 관객도 쉽게 접근하고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의미합니다. 플랫폼은 특정 공공기관이 독립적으로 만들고 운영해서 확산하기보다는 다양한 소셜 미디어, 혹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과 협력해서 구축합니다.

세 번째는 [➂공연예술계 프로덕션 혁신 스튜디오]입니다. 공연예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들의 순환, 폐기물의 처리와 재사용은 해결해야 하는 주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작 현장의 여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모여야 합니다. 모임은 혁신 스튜디오가 되고, 융합적으로 개선점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운영이 된다면 본 문제가 더 잘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➃제작 순환 분산 네트워크 및 O2O 서비스]입니다. 현재 공연예술 자원순환 사업은 특정 지역 혹은 단체, 기관만을 타깃으로 해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O2O(오프라인 투 온라인) 형태의 서비스로 재설계하여 제공합니다. 지역마다 복수의 거점이 있고, 필요한 무대 장치나 소품들을 분산해서 보관합니다. 그것들을 서로 나누고 관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설의 유효 공간을 활용하여 현 서비스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좌담회 전경 © 2024. 아트코리아랩. all rights reserved. | 촬영: 이승호
 
최석규 
사실 공연예술의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는 작품과 관객의 이동에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이하 SPAF)는 “넥스트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동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왔어요. 공연 제작에서 발생한 물질의 순환 문제는 제작 과정의 여러 복합적인 문제 얽혀 있습니다. 오히려 투어와 같은 공연의 유통에서 어떻게 탄소를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해 묻고 실천하는 것이 더욱 명확하고 성취가 가능한 방향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예술에서 예술가와 관객은 필수적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넥스트 모빌리티”는 사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예술은 팬데믹 기간에 제작과 발표가 불가능했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면 앞으로 “공연예술은 온라인에서 주로 진행될 것인가?” “공연예술은 집에서 제작해야 하는가?”라는 위협적인 질문이 들었어요. 15명의 예술가, 극장, 축제, 정책가 인터뷰를 진행했고 결과들을 도출했지요. 특히 SPAF 같은 경우는 국제 공연예술제다 보니 국외 제작진이 국내로 이동하거나, 또 SPAF와 PAMS(서울아트마켓)를 통해 국내 공연이 해외로 진출합니다. 이러한 작품의 국제적인 이동 상황 속에서 어떻게 탄소배출을 줄이며 이동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었죠. 예를 들어 작가가 프로덕션을 이동시키는 대신, 구조화된 아이디어만 특정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순회공연 작품을 현지의 예술가나 커뮤니티와 같이 제작하는 것을 “컨셉 투어링(concept touring)”으로 정의했습니다. 다음은 기술이 공연예술의 이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디지털이 어떻게 공연 예술의 이동에 관여할까?에 대한 부분이 있었구요. 마지막으로 그린 모빌리티(green mobility), 느린(slow) 이동 방식을 공연예술 투어에 접목하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의 큰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SPAF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논의했어요. SPAF는 매년 하나의 작품은 위 3가지 이동 방식 중 하나를 추구하는 작품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올해 스테파니 레이크 컴퍼니(Stephanie Lake Company)라는 호주 작가의 작업을 성균관대학교의 45명의 학생들과 함께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제작을 시작하는데, 온라인으로 그녀의 비전, 그녀의 안무 방식과 같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다음 호주의 리허설 디렉터 2명만 한국으로 이동합니다. 3주간 워크숍을 진행하고, 저는 학생들과 공연예술의 넥스트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도 진행합니다. 그렇게 하면 공연 제작 과정의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의 밀도를 높이며 공연 작업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작년에는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의 작업을 완전한 관객 참여형으로 작업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컨셉이 잘 이동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기획, 준비와 실행이 필요합니다.

그린 모빌리티 같은 경우는 좀 더 친환경적으로 작품의 이동을 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공연단체가 투어를 기획할 때, 하나의 지역뿐 아니라 다른 도시의 극장을 포함해 한 번의 이동으로 가능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확장하여 순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작년 SPAF에서 발표한 해외 연극작품 중 서울에서는 공연이 매진되었고, 평이 좋았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표도 상대적으로 덜 팔리고 관객의 호응도 또한 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관객의 선호도 차이가 있어서 특정 지역의 주변에서 반복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요.

 
 
이수령 아트코리아랩 본부장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최석규 감독. © 2024. 아트코리아랩. all rights reserved. | 촬영: 이승호

 
박정희
공연 제작 담당자들의 기후위기에 인식도 중요하지만, 공연 예술가들의 인식 제고 또한 필요합니다. 공연 창작자들은 기본적으로 공연 연출의 완성도에 대한 추구를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프로덕션의 탄소 저감에 대한 노력은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상실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표현의 극대화와 비용의 절감을 위하여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무대에서 대량의 폐기물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최석규 
박정희 선생님의 말씀에 덧붙여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대하여 말씀드리자면, 현재의 결과들이 너무 공연의 “제작 관점”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예술과 기후위기의 관계, 그리고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이 필요합니다. 지난 몇 년간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창작자들은 어느 순간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탄소중립을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할 수 있는 것이 다르고,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이 다르죠. 그렇다면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좋은 작품이 관객과 만나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주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과정에서 조명을 조금 더 사용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기후위기에 더 잘 대응한 것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공연예술가들이 단순히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그림자(climate shadow)를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기후위기에 대한 주제 의식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결국 질문을 던지고, 희망을 줄 수 있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장(場, sphere)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 하지만 기후위기를 주제로 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수령 
워킹그룹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먼저 워킹그룹이 필요하다는 도출근거가 궁금합니다. 즉 어떠한 상세 니즈(needs)로부터 도출되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작품 제작에 대한 전문가와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 중 어느 방면의 전문가가 더 필요한 것일까요? 또 이 경우 전문가의 배치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현 단계에서는 제작 세부 과정별 전문가뿐만 아니라, 공연예술 전반의 탄소중립 필요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전문가에 대한 상세한 정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공연예술과 탄소중립을 아우르는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공연예술 생태계 안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최석규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공연예술은 공연예술이 기여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인력양성에는 중장기적으로 많은 시간적, 비용적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작비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기후위기 실천에 따르는 제도적 진흥수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탄소 배출 최소화 실천 인증과 대국민 홍보 등을 연계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공연예술의 탄소중립 이슈는 인력뿐만 아니라 제도의 변화와도 유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령 본부장. © 2024. 아트코리아랩. all rights reserved. | 촬영: 이승호

 
김민지
저는 전문가 육성과 적절한 배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올해 3년째 ESG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광역, 기초 지자체 문화재단의 담당자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작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이나 삼성문화재단 등의 민간단체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올해에는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극장에서도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광역, 기초 단체의 EGS 실무 담당자들은 기관 안에서 순환 보직으로 업무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관련 직책에 있는 분들은 적절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또 문제가 되는 점은 기관의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부분 나 홀로 담당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기관이 어떻게 과업을 진행하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기관별 진행 내용이 타 기관에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워킹그룹은 서로의 이슈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공유적 의미가 큽니다. 아르코의 EGS 워킹 그룹에서는 반복적으로 공유되는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공통의 실천 과제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세 가지 관점에 대하여 함께 모인 기관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선정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워킹그룹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실천 과제를 만들 때 30~40개 기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중 거의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여 실행 과제를 도출했거든요. 각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실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아닌 큰 틀을 정의하고, 각 기관에 맞는 세부적인 필요에 관한 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은 의미가 있습니다.

해외에도 워킹그룹의 운영 사례가 있습니다. 인상이 깊었던 사례로는 브로드웨이 녹색연합(Broadway Green Alliance)에서 운영한 그린 캡틴(Green Captain) 제도입니다. 약 1,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고 300여 개의 대학도 함께 워킹 그룹을 운영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획자 대표들, 배우들, 환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 모두 참여가 가능합니다. 공공/민간을 넘어서 그들이 스스로 속한 단체의 환경 관련해 어떤 부분 중 하나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린 캡틴이 될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녹색 연합은 매개자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지원, 교류를 돕습니다.

공유 플랫폼 아이디어도 흥미롭습니다. 제가 공유 플랫폼에 대해 바라는 바는 다양한 규모나 지역별 사례들이 발굴되었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국공립 단체가 공유하는 사례들이 대부분이며, "민간 단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제작 순환 네트워크와 관련해서는 제가 4년 전에 서울시와 함께한 “전환적 가치에 대한 연구”가 떠오릅니다. 당시에 연구 과제를 진행하며 제안했던 프로그램은 환경적 관점의 프로그램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제안이 되었던 의견은 대학생 졸업 작품 제작을 여러 실무 단체와 민간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졸업작품에도 상당한 예산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자원을 활용한다면 각 학생들의 졸업 작품 제작에 대한 예산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며, 환경에도 좋을 것입니다.


 
김민지 마인드 스페이스 이사. © 2024. 아트코리아랩. all rights reserved. | 촬영: 이승호


박정희 
저도 제작 순환 네트워크에서 주장하는 재활용이 가능해지려면, 전문가 육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연을 제작하면 여러 재료가 사용되고, 사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들이 있거든요. 공연예술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합니다. 공연을 연출하고, 제작하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재활용은 항상 더 비쌉니다. 공연예술에 사용되는 재료 연구를 통하여 재활용의 활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최석규
과거에 워크샵을 진행하며 읽은 책의 내용 중에 “친환경적 연극은 총체적이다. (Eco Theatre is Holistic)” 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총체적이고 다양하게, 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고, 예술은 희망을 생각하여야 한다. 접근성의 개념이 보편화되는 과정을 보면 장애예술 개념이 대두되면서 “접근성 매니저”라는 직책이 형성되었습니다. 그 후에 정책적으로 지원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극장에 먼저 해당 주제에 대한 공연이 선행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적 측면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 연구과제 결론에는 탄소중립 작품 연출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다시 워킹그룹 이야기를 해보자면, 본 연구 결과가 주장하는 환경 전문가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쥴리스 바이시클’의 경우에도 구성원은 예술가, 연극인이었습니다. ‘시어터 그린북’을 만든 사람은 극장 건축가였습니다. 그들은 산업/과학 환경 전문가가 아닙니다. 워킹그룹의 구성원들은 결국 예술가, 액션 리서치를 하는 사람이 적절합니다. 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실천을 먼저 이끌었던 사람은 예술가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자본이 없어도 먼저 행동합니다. 예술적 행동이 문화예술 정책으로 흐르게 된다고 믿습니다. 물론 현장과 정책이 초기부터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김황
감사합니다. 예술의 본질이 지배적인 관점에 저항하고 전혀 다른 관점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배적인 관점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저항해야 하는 관점이지, 올바른 관점에 저항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지속가능성은 대치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대 예술은 기본적으로 이분법에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융합적 사고를 통해서 창작을 통한 문제 해결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울러 설문의 결과를 들여다보면, 공연예술계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은 단순히 공연예술계 자체가 탄소 중립이 되는 것을 넘어섭니다. 공연예술 종사자들은 전 지구적 탄소 중립의 방향성을 공연예술이 주도하자는 의견이 있는 듯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것을 함으로써 다른 분야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수령
신작을 중심으로 제작이 이루어지는 국내의 특수한 상황에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국내의 대다수 공연들은 재공연이 쉽지 않다 보니 다시 사용한다는 개념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해외에서는 6개월에 한 번, 1년에 한 번 작품을 만들지만 우리나라는 제작 환경 및 행정 사이클상 짧은 기간 안에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한 환경에서는 신작을 양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별 실천 사례의 공유에 그치지 않고 사례가 실제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공연예술 지속가능성 논의가 선도 그룹에서만 진행되고 그치는 경향이 다소 있었습니다. 논의를 제도로 전환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한, 예술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 조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획, 창작, 정책, 교육이 모두 공통적인 인식에 도달해야 합니다.

김민지
ESG 경영조차도 관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민간 현장에 더 많은 단체가 있고, 실천할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균형 있게 나눌 수 있을까요? 자원의 순환은 디자이너에게는 직업을 위협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담론은 종이 리플렛을 없애고, 공연에 대한 노약자의 접근성을 약화시킵니다. 많은 것들에 대한 균형 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한 개인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이 더 중요할 수 있고, 정보의 유통을 통한 접근성이 환경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의 ESG 경영위원회는 너무 환경 쪽에 이슈가 집중되는 것을 오히려 지양합니다.

박정희
국립극단에서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 때 어떻게 예술성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있어요. 현재 기후위기의 작품들을 보면 디스토피아적인 관점의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언어 자체에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겠죠. 최근에는 기후위기라는 말 자체가 학습된 말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학습된 언어에 진정으로 동의하고 있는지, 정말로 감각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고찰해 보면 어떨까요? 기후위기에 대한 예술적 접근은 어떠한 방향이 되어야 할까요? 기후위기라는 개념에 대하여 좀 더 다양하게 리서치를 진행하고 과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후위기라는 관념의 카테고리 안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해 묻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연극의 형식, 또는 드라마 연극도 좋겠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해서 어떤 공연적 형식 실험이 가능하고, 어떤 새로운 예술성을 낳고, 어떤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저희 국립극단의 경우 ‘과연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담아야 합니다.


 
박정희 국립극단 감독. © 2024. 아트코리아랩. all rights reserved. | 촬영: 이승호

 
최석규
고민이 되는 부분은 기후위기를 주제로 작품을 창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하는 작품은 종종 교육적으로 도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교육적 작품은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어떤 관객은 예술을 하지 않는 것이 역설적으로 지속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 보니 예술의 영역에서 창작과 작품으로 기후위기를 잘 다룬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듭니다.

케이티 미첼(Katie Mitchell)처럼 담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있고, 실천 영역에서 덜 사용하는 작가가 있고, 인식 전환을 토대로 하거나 리서치를 토대로 한 작품을 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박정희 감독님께서 우리가 디스토피아에 빠져있지 않은가?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과학적 데이터에 따르면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이 희망을 줘야 한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수령
아트코리아랩에서는 공연예술 기후위기 관련 매뉴얼 제작, 가이드라인 만들기, 정책 과제 만들기를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관공서마다 다르고, 제작사마다 조금씩 다른 매뉴얼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갱신할 수 있는, 현재 단계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것을 아트코리아랩에서 작게나마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위의 과업들 모두 아트코리아랩에서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기관이 연대할 수 있는 국립극단을 포함해 공공 및 민간극장 등 정책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러 기관들이 함께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함께 업데이트할 수 있으면 합니다. 이러한 목소리를 5년 주기 또는 10년 주기마다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민지
저는 지금 참여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ESG 워킹그룹을 바탕으로 실천 사례들을 공유하고, 공유받은 ESG 위원이 기초 단체의 담당자들에게 사례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 과제를 도출하는 선순환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서울문화재단 안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모니터링하면서 개선할 방안들을 계속 제안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황
2시간 반 동안 진행한 본 좌담을 마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시작에도 말씀드렸듯이 본 좌담은 경청하기 위하여 마련되었으며, 오늘 말씀 주신 부분들은 잘 갈무리하여 연구 결과를 잘 도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주제에 대하여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말씀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박정희
박정희는 국립극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이다. 예술감독 및 연출가로서 <철로>, <하녀들>, <이영녀> 등의 작품들을 통해 서울연극제 연출상,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단장 부임 이후 국립극단에 National Theater Standard(NTS) 도입을 바탕으로 창작진, 스태프,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단원들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국립극단의 공연제작 기준을 개선하고 있다.
 
최석규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감독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3년째의 SPAF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을 거쳐 안산국제거리극제, 한·영 예술교류의 해 예술감독, 서울아트마켓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한 바 있다. 또한 프로듀서 중심 창작 단체 ‘아시아 나우’를 설립하며 한국 연극의 국제교류와 다양한 국제 공동창작을 이끌었다. 현재 SPAF를 동시대 관점과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는 초지역성 기반의 국제 공연예술 축제로 진보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민지
김민지는 마인드스페이스 이사, 서울문화재단 ESG 경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예술후원 활성화 소위원회 위원과 ESG 플랫폼 ‘언더스탠드 에비뉴(Understand Avenue)’ 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 ARKO와 함께 문화예술 후원 매개자 확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민간 재원 연계 다각화, 예술계의 새로운 파트너쉽 아젠다 확장을 위해 힘써왔다. 또한,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도전과제에 기여하는 연대 형성을 위한 생태계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으며, 문화예술의 강점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비롯하여 재난 상황, 경기 불황 등 사회가 직면한 여러 어려움에 대하여 대안책을 제시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수령
이수령 아트코리아랩(Art Korea Lab) 본부장은 작가미술장터와 해외 아트페어 참가지원 등 시각예술 유통팀을 이끌며 미술시장의 국내외 유통 확장 및 한국 미술 거래의 장 확장에 기여해왔다. 현재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 본부장으로서, 작년 10월 개관한 예술가와 예술기업 종합지원 플랫폼 아트코리아랩을 이끌고 있다. 이수령 본부장은 아트코리아랩과 함께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기후위기 등 중요한 예술 담론을 형성하고, 융복합 분야의 창제작 및 사업화 영역에서 새로운 판로를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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